2023 Russia-Africa Summit (사진 출처: Government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System, Republic of South Africa)

제2차 러-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지난 7.27-28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4년 만에 개최되었다. 아프리카 연합(AU) 55개국 중 49개국(17개국 정상 포함) 대표와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하여 러-아프리카 협력 방안,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의 대아프리카 곡물 지원 등에 대해 협의했고 반테러 협력, 외기권에서 군비경쟁 방지 등 4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제2차 정상회의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 7.17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 유엔 간 흑해곡물협상(Black Sea Grain Initiative)이 러시아 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무산되는 등 어려운 시기에 개최되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2022년 3월 2일 유엔총회 결의안 투표에서 아프리카 54개 유엔 회원국의 입장은 찬성 28개국, 기권 17개국, 불참 8개국, 반대 1개국이었다. 아프리카 국가의 약 50%는 러시아를 규탄하였으며 여타 50%는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항하고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와 우호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금번 정상회의의 주요 결과는 첫째,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아프리카의 지지를 확보하였다. 러시아와 아프리카 참석자들은 정당하고 안정된 다극적 세계 질서의 확립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미국의 패권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다극적 국제질서를 줄곧 주창해 왔다.

둘째,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정치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무역,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아프리카와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금번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가 ‘힘의 새로운 중심지’라고 하고 대사관 등 공관 증설 및 투자 증대를 공약하였다.

셋째, 푸틴 대통령은 시급한 식량 지원을 통해 아프리카의 지지를 확보코자 하였다. 그는 금번 정상회의에서 7.17 흑해곡물협상의 무산된 책임이 서방에 있다고 비난하고 짐바브웨, 부르키나파소, 말리,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에 각각 2만 5천 톤에서 5만 톤의 곡물을 3-4개월 이내 무상 원조할 것이라고 공약하였다. 러시아는 대외정책 수단으로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곡물 생산 대국으로서 아프리카 곡물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가격의 폭등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식량 확보가 급선무이다. 최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약 70만 톤의 식량을 아프리카의 긴급원조로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러시아는 지난 7.17 흑해곡물협상의 무산 이후 우크라이나의 주요한 밀 수출 항구인 오데사를 미사일로 수차례 공습하는 등 우크라이나 곡물의 아프리카 수출을 견제하고 있다.

넷째, 아프리카 정상들은 에너지 및 식량 위기의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을 강조하고 평화안을 제의하였으며 푸틴 대통령은 검토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6월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을 이끌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평화안을 제의했으나 러, 우크라이나 양측은 비현실적인 안으로 거절하였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의 철수 후 협상할 수 있다는 태도며 러시아는 러시아군의 철수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상반된 입장으로 당분간 평화 협상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금번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식량 지원 등 러-아프리카 간 협력을 강조였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우선 아프리카 정상들의 참석이 저조하였다. 2019년 개최된 제1차 정상회의에 43명의 아프리카 정상이 참가하였으나 제2차 정상회의에는 17명이 참가하였다. 아프리카 개도국 정상들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실질적 경제 원조의 대가로 정상회의에 참가한다. 러시아는 지난 18월간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아프리카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

앞으로도 러시아는 13억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 잠재력이 다대한 만큼 아프리카와 제반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8월 22-24일간 남아공에서 개최되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남아공) 정상회의에 불참하며 대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참가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이며 아프리카는 러시아의 주요한 무기시장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의하면 러시아는 2018~2022년간 서부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무기 시장의 26%를 차지하여 1위였다. 러시아 정부는 2018년부터 바그너(Wagner) 용병들을 차드, 수단,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내정이 불안한 사헬지역 국가에 파견하여 무기 판매, 병사훈련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대가로 바그너 용병 회사는 금, 우라늄, 다이아몬드 등 광산 개발권을 저렴하게 확보하였다. 지난 6월 23-24일간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 바그너 용병의 반란으로 푸틴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용병의 아프리카 파견 사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금영 前 주 탄자니아 대사/現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 센터 자문위원

1990년 외무부에 입부하여, 주러시아 서기관, 주한공관 담당관, 주우크라이나 참사관, 주카자흐스탄 공사, 주탄자니아 대사(2015-2018) 등을 역임하였다. 퇴임 후 외교부 외교문서 심사 및 해제위원,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 재단 자문위원, 동아대 아세안연구소 특별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주요 저술로는 <아프리카 깊이 읽기(2020, 민속원)>, <러시아의 동북아 진출과 한반도 정책(2004, 국학자료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