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ela 모델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글로벌 IT 기업에 취업을 알선해 주는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이다. Andela는 ‘재능은 균등하지만 기회는 불균등’ 기치하에 유능한 기술 인력에게 시장 참여 기회를 연계시켜주는 기술 인력 리쿠르트 네트워크다.
아프리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761,000명에 달한다(2021년). 남아공이 121,000명, 이집트, 나이지리아 89,000명, 케냐 60,000명, 모로코 50,000명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되어 있다. 최근에는 세네갈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엘도라도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아프리카에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대 디지털 관련 창업기업 중 나이지리아가 5개, 남아공과 이집트가 각 각 3개, 이디오피아, 남아공, 우간다, 세네갈, 가나 등이 후 순위를 잇고 있다. 역외 국가로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이 점유하고 있다. 30대 기업의 주요 분야는 핀테크, 전자 상거래 등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
2014년 창설된 Andela(본부 뉴욕)는 디지털 기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Andela는 이들 기업에 관련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엔지니어 관련 유능한 인력을 모집하여 6개월 동안 연수과정을 실시한다. 그 기간 동안 연수 기술자들은 팀워크를 통한 지속적 개발을 위해 애자일(agile) 방식을 배우고, 실사용자를 위한 실질적 제품(real product)을 개발하기 위해 실용적으로 실습한다. 이들은 분산인력모델(distributed team model)에 따라 원격에서 근무한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현지를 떠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두뇌 유출이나 물리적 이동에 따른 비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현지에 기술 외부효과를 줄 수 있다. 2020년 현재 약 100,000명이 이 과정에 응모하였으나 채용된 인력 규모는 분명치 않다. Andela의 궁국적 목적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양성을 통한 아프리카 대륙의 디지털화다.
세계은행도 최근 ‘Digital Africa’ 보고서를 통하여 아프리카 디지털화는 아프리카의 생산성 향상, 고용기회 확대, 생활수준의 향상,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등을 유발하면서 아프리카의 경제구조를 전환(tranformation)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터넷 사용률을 증가시킬 정책 등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 말 사하라 이남 인터넷 사용률은 남수단 6%에서 남아공 53%의 분포를 보이고(평균 22%에 불과), 소규모 기업의 컴퓨터 사용률은 2%에서 8%에 그치고 있다. IMF도 아프리카의 디지털화에 동조하고, UNCTAD는 이를 위해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증대하여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처음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이 독립한 1960년대 이후 유엔, 세계은행 등 국제개발원조 관련 국제기구들은 대략 10년 단위로 국제개발과 기술을 연계시켜 왔다. 1960년 대 1차 개발연대 당시 트렉터 사용 등으로 농업을 현대화하면 농업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하고 농기계 사용 등 기술농법을 권장했다. 이에 따라 당시 가나는 한 대에 2만 5천 달러에 달하는 트랙터를 183대 구입하고 2000년도에 선진국에 진입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수 개월 후 거의 모든 트랙터가 녹슨 철로 방치되었다. 기계화되고 과학적인 새로운 농법을 도입했으나 전통 농법이 오히려 3.5배 높았다. 1970년 2차 개발연대 당시 교육이 빈곤 감축에 이바지한다고 분석하고 TV를 통한 교육 진흥을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국가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데 긍정적 반응을 보인 부모는 10% 내외로 극히 저조했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는 1980년대 오히려 부채의 덫에 걸리면서 IMF의 구조조정을 받고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후 지금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대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유엔 아프리카 경제위원회는 1996년 ‘아프리카 정보사회 이니셔티브(AISI)’를 시행했다. 1999년 ‘세계화와 정보시대의 아프리카 도전’이라는 의제로 개최된 AISI에서 ICT가 빈곤감축, 민주화 촉진, 교육, 보건 등에 이바지할 것으로 평가하고 ICT 거버넌스 개선, 관련 인프라 확충 등을 결의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 ICT가 아프리카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이제, 담론의 대상이 ICT에서 디지털 기술로 바뀌었다. 위와 같이, 세계은행은 디지털 기술의 효과에 대해 낙관하고, Andela는 아프리카 디지털화를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근거로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다.
첫째, 식민제국주의의 유산이다. 서구의 아프리카 식민지배는 아프리카에게 서구 기술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아프리카 권력층은 식민지배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기보다는 자신의 무능을 은폐하기 위해 기술을 악마시했다. 최근 권력층이나 엘리트층은 ICT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소양(literacy)을 경제발전보다는 다른 사회계층과 신분적으로 구분하고 다른 계층을 지배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활용하고 있다. 권력층은 식민제국 시대 백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둘째, 언어 소통 문제다. 아프리카에는 약 1천 개의 부족과 언어가 있다. 더욱이, 구술 문화가 지배적이고 문맹률이 높기 때문에, 일부 도시 지역의 특정 계층을 제외하고는 ICT나 디지털 관련 용어를 익히고 이를 기반으로 상호 소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기술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프리카에서는 직접 본 것만 지식이고, 간접적으로 습득한 지식은 믿음이다. 추상적 개념이 빈약한 아프리카 구술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에 의한 가상(virtual)세계는 주술사에 의한 신비 세계보다 우월할 수 없다. 21세기 지금도 주술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ICT나 디지털 기술에 따른 인프라가 빈약하다. 특히, 디지털화에 필수적인 전력 시설과 도로망이 매우 열악하다. 한편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off-grid)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지 사정을 모르는 안락의자 발상이다. 세계은행은 1965년부터 1983년까지 개도국에 3백여 개 발전소 설립을 추진했으나, 수원국의 역량 부족, 부실한 제도, 전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실패했다고 자인한 사실(1989년 세계은행 보고서)이 이를 방증한다. 2019년 현재 아프리카 인구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5억 8천만명이 전력 없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전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또 다른 입증이다(한국의 경우 1978년 거의 100% 보급). 나아가, 발전소 설립이나 도로 건설보다 중요한 일은 건설 후 유지 보수 등 지속적 관리 운영이다. 필자가 가봉에 도착했을 때 외무성 엘리베이터 한 대가 고장으로 운행 중지되었다. 4년 후 떠날 때까지 방치되었다. ‘우리는 요청하지 않았는데 중국이 설치해 주었으니 중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 이런 사례는 허다하다.
끝으로, ICT나 디지털 기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아프리카의 사회, 문화적 정체성의 표상은 공동체 중심의 연대(solidarity)다. 반면, ICT나 디지털 기술 사회는 개인주의다. 물론, 기술 사회도 기술로 연대를 추구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 공동체의 인간적 상호작용을 통한 존재론적 연대와 전혀 다르다. 설령, 아프리카가 개인주의를 수용해도, 이는 사회, 문화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수 세대 세월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정체성과 기술의 정체성이 양립하기 어려운 생태계에서는 ICT와 디지털 기술의 효능은 강조할 수 있지만 동기는 부여할 수 없다.
Andela 모델은 원조 공여국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달리 수요(시장)와 연계하여 유능한 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하여(공급) 아프리카를 디지털화한다는 관점에서 보다 실질적이고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그러나, 수요를 외부에 의존함으로써 큰 제약이 있고 미래가 극히 불확실하다. 더구나, 아프리카 대다수 국민들이 위와 같이 ICT나 디지털 기술을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에서 디지털화를 기대하는 것은 국제개발협력에 나타난 역사적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다. 환언하면, Andela 모델은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확대를 위한 생태계가 내생적으로 조성되지 않는 한 외생적 아이디어나 담론이 아무리 좋아도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밝혀주는 좋은 예다. 세네갈 정부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엘도라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여 고심하고, Andela가 직원을 1200명 정도에서 400명으로 축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아프리카는 식민제국 시대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주인이 된 적이 없다. 국제개발원조의 청사진 파리원칙 제 1조는 주인 정신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국제개발원조 기구들은 수원국에 주인 자리를 주기는 커녕 문명화와 국제개발 담론이라는 외생변수로 아프리카를 가난과 의존의 문화에 고착시켜 왔다. 최근에는 ICT와 디지털기술 속에 서구의 가치와 문화를 내재시켜 기술-디지털-사이버 제국주의가 과거 식민제국주의를 대체하고 있다. 나아가, 아프리카는 쓸모없는 ICT등 기술 관련 장비(e-waste)의 폐기 처분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개발, 안보, 문명 3대 이니셔티브’라는 또 다른 각도에서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인적 자원을 통하여 내생적 개발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세계은행의 요리법(recipes)에 따르지 않았다(세계은행 보고서). 내생적 개발은 수리 계량적 방식이 아니라 각국의 특수한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두고 사회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복잡한 과정이다. 세계은행, IMF의 국제 개발 정책이나 담론의 진의를 의심하게 하는 접근법이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세계은행, IMF 등은 내생적 개발론을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무시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70여 년 개발 담론에 실망한 아프리카는 한국을 통하여 내생적 개발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한국이 Andela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프리카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역사, 경제, 문화 등 아프리카의 개발에 대한 인식과 내생적 요인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즉, 아프리카 현지 관점에서 진단 후 처방이다. 그런 맥락에서 필자는 아프리카 인적자원개발 원조의 방안의 하나로 아프리카 공무원을 대상으로 3각형(대학-기업-한국외교협회) 장기 석사(박사)연수 과정의 필요성을 제의해왔다. 대학은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현지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 한국외교협회는 내생적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도록 도와주고, 기업은 연수 내용을 실질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우선시하는 이유는 학습 역량이 있고, 연수 결과를 현지에 접목하고 사회적 파급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비교적 젊고 비판적 사고를 가진 계층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과정은 아프리카 문화와 제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2-3년 단위가 아니라 3대 이상 지속사업이어야 함을 강조해 왔다.
나이지리아 오바산조 전 대통령은 “우리는 차용한(borrowed) 아이디어와 차용한 경험과 자금으로, 그리고 차용한 손으로 교육시키고 산업화를 추구했으며, 차용한 프로그램과 차용한 전략으로 개발을 추진해 왔다”고 개탄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하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는 30년 세계은행 역사를 평가하며 ‘수원국에게 좋은 답을 주기 전에 수원국이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회고 했다. Andela 모델의 한계가 일깨워주는 시사점이다.
조원호 前 주 가봉 대사/現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 센터 자문위원
1979년 외교부에 입부하여, 주OECD대표부 참사관, 주 코트디브와르 대리대사, 주 가봉 대사(2003-1007)등으로 활동하였다. 퇴임 후에는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KOICA 이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역대학원 석좌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술로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선후진국 간의 접근상 차이점과 대응과제”, “아프리카의 빈곤감축과 식량원조의 문제점”, “아프리카의 경제문화와 국제개발원조의 효과”, “Issues of Poverty Reduction and Food Aid in Africa” 그리고 저서 <아프리카 연수 공무원에 나타난 개발과 아프리카>(2017)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