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의 관계성이라는 맥락화를 통해 2023년의 아시아-아프리카 이슈에 대한 회고와 2024년 전망을 정리하고, 2024년 한국의 대아프리카 정책 준비에 관한 함의를 제언한다. 2023년 아시아-아프리카 이슈의 회고는 (1) 중국이 참석하지 않은 G20 정상회의의 인도 개최와 아프리카연합(AU)의 신규 회원국으로 승인, (2) 중국의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포럼을 통한 아프리카 파트너 국가들 초대 및 부채감면 등의 대아프리카 지원 기획, (3) 브릭스의 신규 회원국으로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등 아프리카 국가들 승인, (4) TICAD를 통한 일본의 대아프리카의 원조 약속 등 크게 네 가지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2024년 아시아-아프리카 이슈에 대한 전망은 (1) 중국의 FOCAC 개최로 글로벌 사우스와 아프리카 지역에 대규모 원조와 투자 약속, (2) 한국의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3) 인도네시아의 반둥 70주년 기념회의를 통한 반둥체제의 부활 도모, (4) 아프리카 국가의 정치선거 문제와 관리의 필요성, (5) G20 내 브릭스와 아프리카 협력 강화 가능성 등 다섯 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회고와 전망을 토대로 한국 정부가 2024년 6월 기획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전략과 방향성에 대한 함의로 한국의 역할을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연결하는 커넥터(connector)로 제언한다.
2023년 아프리카에서 목도된 수많은 정치·경제·사회 이슈들을 몇 가지로 정리하는 일은 무리한 단순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단순화의 덫을 피하기 위해서 54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대륙의 방대한 이슈영역을 무리하게 동시에 접근하지 않고, 아프리카를 아시아 맥락에서 재해석함으로써 두 대륙 간의 지역적 관계성을 토대로 핵심 이슈를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따라서,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공통으로 노출되거나 전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해 온 주요 이슈영역을 중심으로 2023년을 회고하고 2024년을 전망한다.
아시아–아프리카 이슈의 2023년 회고
2023년에 있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연계가 가장 두드러지게 구현된 이슈 영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권역 내 중국과 인도 간의 패권경쟁에서 나타난 두 남반구 강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와 포섭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미·중 전략경쟁 현상과 유사하게 글로벌 사우스 차원에서도 중국과 인도의 경쟁과 협력으로 점철된 이중적 관계성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에, 중·인 패권경쟁 하에 아프리카가 아시아 지역과 어떻게 접목되고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 및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국익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경주해 왔는가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었던 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을 G20 회원국으로 승인하고 영구적인 정회원 지위를 AU에 부여하는 안건에 G20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합의와 지지를 유도하였다. 결국 중국 시진핑이 뉴델리 정상회의에 불참을 통보하면서 G20는 인도의 영향력을 아프리카에 확장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플랫폼으로 작동하였다. 모디 총리는 AU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아잘리 아수마니(Azali Assoumani) AU 의장을 G20 정상회의 장소에서 핵심 회원국 자리 옆에 배치할 정도로 아프리카 대륙에 세심한 의전을 제공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이다. 또한, 2023년 1월과 11월 두 차례 인도 정부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Voice of Global South)’ 정상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였고, “단합된 목소리(Unity of voice), 단합된 목표(Unity of purpose)”라는 모토 하에 아프리카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단결을 지향하고 다양한 이슈를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플랫폼을 강조하였지만, 중국은 본 온라인 정상회의에 참석을 거부하였다. 이제 2023년 이후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G20 정회원의 지위를 보유한 주체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AU로 확장되었다. 인도가 글로벌 사우스 권역 내의 영향력 확대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AU를 G20 회원으로 수용하였듯이, AU도 G20 내부에서 기후변화 대응, 경제협력 등의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아프리카만의 특수한 주문을 제기하여 아프리카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프리카 대륙은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왔으며, 일대일로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중국 정부가 2023년 10월 북경으로 초청한 140여 개국 대표단에 아프리카 국가들도 중요한 파트너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특히, 잠비아,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협력 파트너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부채의 함정’에 빠진 저개발국이 속출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특히 지부티의 중국 해군기지화 이슈는 중국과 지부티를 비롯하여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도전하는 미국과 G7에게도 민감한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이번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는 아프리카를 포함한 부채문제가 발생하는 협력국의 입장을 수용하여 기존 대형 인프라 건설에서 ‘작고 아름다운(small and beautiful)’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중국의 입장을 향후 10년의 일대일로 전략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으로부터 일대일로를 통한 투자와 원조를 차후 소규모로 재구성된 방식으로 수원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기존의 부채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중국과 부채탕감에 관한 지속적인 협상의 카드는 보유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가 아프리카를 동시에 포용하는 협력의 정책을 수용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2023년 브릭스(BRICS)가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신규 회원국으로 승인하는 사례이다. 2023년 8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와 함께 브릭스에 참여할 새 회원국으로 발표되었다. 이로써, 브릭스 11개 회원국의 지역별 분포는 아프리카 3개국, 아시아 2개국, 중동 3개국, 라틴아메리카 2개국, 그리고 러시아로 구성되었다. 특히,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메드 알리(Abiy Ahmed Ali) 총리는 에티오피아의 브릭스 가입을 “커다란 외교적 승리”로 자평하면서, 에티오피아가 2024년 1월 1일부로 브릭스 공식 회원국이 된 이후 녹색 에너지 발전, 식량 자급을 위한 농업 생산성 증대 및 경제성장률 제고 등에 브릭스의 지원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에티오피아가 브릭스 가입국의 자격으로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여 현재 부채 상환 숙제를 안고 있는 에티오피아에게 브릭스 가입은 현실적으로 외환 부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도 에티오피아와 마찬가지로 브릭스에 가입하면 서구 공여국들이 지원하는 원조와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수준을 넘어서 2023년 아시아-아프리카 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로, 일본 기시다 정부가 지난 8월에 3년 단위로 조직해 왔던 ‘도쿄아프리카개발국제회의(Tokyo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frican Development: TICAD)’의 제9차 회의를 요코하마에서 개최하였다. 1993년부터 일본 정부가 전략적으로 아프리카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TICAD를 거의 30년 동안 운영해 왔으며, 일본-아프리카 관계를 양자적으로 심화하고 아프리카가 자생할 수 있도록 복원력에 중점을 둔 개발협력 지원을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공여국이 아프리카 지역의 협력대상국 다수와 양자 간 정상포럼을 구축한 경우는 일본이 최초였으며, 그 이후 중국, 인도, 미국, 러시아 등이 후발주자로 일본과 경합하는 양상으로 대아프리카 개발회의가 확장되었다. 한국 정부도 2024년에 기존의 장관급 ‘한-아프리카 포럼’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로 격상할 계획을 공식화하였기에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아시아 및 주요 공여국들의 적극적인 경합 관계에 개입하게 되었다.
아시아–아프리카 이슈의 2024년 전망
일본의 TICAD가 종료되면 바로 그 이듬해에 중국 정부가 2000년부터 3년 단위로 조직해 온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FOCAC)’이 개최된다. 3년마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에 대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원조와 투자를 FOCAC을 통해 약속해 왔고, 이러한 FOCAC의 개발협력 행보는 BRI와 깊숙이 연동되어 기획된다. 2024년 제9회 FOCAC 개최를 위해서 이미 2023년 10월 북경에서 중국 대표단과 20여 개국이 넘는 아프리카 대표단이 준비회의를 완료했으며,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파트너 국가들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도모하여 지난 23년 동안 발전시켜 온 양자관계를 더욱 성공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TICAD를 통해 아프리카에 투자와 원조 규모를 약속하면, 중국 정부는 1년 뒤에 열리는 FOCAC을 통해 대아프리카 인프라 지원 규모를 일본에 비해 경쟁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전략적 자세를 취해 왔다. 2024년 제9회 FOCAC을 통해 아프리카 대표들은 비즈니스, 제도혁신 및 글로벌 거버넌스 등의 이슈 영역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공여국들이 대아프리카 원조 경합에 경쟁적으로 개입하는 역사적 궤적에 2024년 한국도 드디어 입장하게 된다. 한국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의 한-아프리카 포럼이라는 장관급 회의를 2024년 6월에 정상급 회의로 격상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준비단이 출범한 상태이다. 한국도 이미 2006년부터 한-아프리카 포럼을 통해 AU 등 아프리카 주요 협력파트너들과 경제협력 및 아프리카 평화·안보 협력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장관급 협력관계를 정상급 수준으로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한 단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정상급 협력으로 대규모 지원을 해 온 중국, 일본과 한국의 제한된 원조 규모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아프리카 파트너들이 원하는 개발협력 및 안보협력을 어떻게 일본과 중국과 달리 한국 고유의 기여외교로 승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와 경제협력이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어떻게 지속가능한 중장기 로드맵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아프리카에 대한 지역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024년은 아시아에서 핵심 세력으로 급부상하는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Joko Widodo)가 야심차게 기획하고 있는 1955년 ‘반둥체제’의 부활에 아프리카가 초대되는 전초전이 마련되는 해이기도 하다. 조코 위도도가 2014년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2015년에 반둥회의 제6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중국의 시진핑과 일본의 아베 신조를 초대하여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회의(Asian-African Conference, 반둥회의)’의 부활 신호탄을 올렸으며, 그 이후 지속적으로 아프리카 파트너 국가들을 초대하여 과거 반둥회의의 핵심 그룹이었던 아프리카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반둥체제 부활 노력은 2025년에 개최될 반둥회의 제70주년 기념회의로 정점을 찍을 것이기 때문에, 2024년에 반둥회의 70주년을 기리는 사전작업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의해 다차원적으로 기획되고 주요 핵심 파트너 국가로 아프리카가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2023년과 유사하게 2024년에도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시아의 다양한 공여국 및 국제기구로부터 경쟁적으로 원조와 투자를 받는 위치권력, 이른바 ‘꽃놀이패’를 들고 있는 형국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전략경쟁과 중·인 패권경쟁으로 아프리카 끌어안기 및 대아프리카 투자의 경쟁적 진출이 확대되는 현상은 결국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시아를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꽃놀이패를 들고 어느 공여주체가 더 많은 원조와 투자를 자국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지원하는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인도, 중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승패와 승자를 인정하는 승인과정 중 아프리카의 결정권(casting vote)이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무역시장과 정치 파트너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원조와 개발협력이 아시아 공여국의 주류적 행보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및 지역 거버넌스 경합의 한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이 위치하게 되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러한 위치권력을 십분 활용하여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원조와 투자로 엘리트의 정치자산을 보호하고 경제개발을 엘리트 중심으로 추진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4년에는 아프리카 국가 중 정치지도자 선거를 치루는 국가의 수가 2023년에 비해 훨씬 증가한다. 2023년의 경우, 라이베리아, 마다가스카르, 이집트,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에서 대통령 선거와 콩고민주공화국, 토고, 코모로스, 나이지리아 등에서 의회 총선과 지방 선거가 진행되었다면, 2024년에는 코모로스, 채드, 남수단, 세네갈, 모리타니, 르완다, 모잠비크, 알제리, 기니비사우, 말리, 나미비아, 튀니지, 소말릴란드, 가나 등에서 대통령 선거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보츠와나, 채드, 남수단, 르완다, 가나, 모리셔스, 나미비아, 모리타니, 카보베르데 등에서 의회 총선과 지방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2024년에 있을 아프리카 정치선거의 회수가 2023년에 비해 3배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다는 사실은 과거 선거 과정에서 또는 선거 이후에 발생한 폭력과 분쟁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여 선거로 인하여 국가 안전과 질서가 희생되는 비극이 2024년에 아프리카에서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24년 G20 정상회의는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023년 G20 회의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었고, 2025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개최하기로 결정되었다. 3년 연속 브릭스 창단 회원국이 G20 회의 개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2023년 신입 정회원으로 승인된 AU를 통해 앞으로 브릭스와 아프리카 간의 협력이 G20 내부에서 어떻게 가시화되는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커넥터로서의 한국
2024년 아프리카는 이른바 ‘공여자의 연인(Donors’ Darling)’으로 등극할 것이다.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글로벌 사우스에 국한되지 않고 수많은 아시아 공여국들이 자국의 국익을 위해 또는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아프리카를 끌어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적 게임에 한국이 후발주자로 2024년 6월에 입장하게 된다. 한국 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유치가 바로 본 게임에 한국의 신청이 접수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아프리카에게 또 하나의 꽃놀이패를 주는 셈이 된다. 앞으로 한국은 일본의 TICAD, 중국의 FOCAC, 그리고 인도, 미국, 러시아 등과 어떠한 차별성을 갖춘 한국-아프리카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한국이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우선, 한국이 대아프리카 원조 경합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분명한 목표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분명한 목적과 로드맵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프리카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고, 같은 경쟁자들인 중국과 일본 등의 거대 개발프로젝트에 의해 쉽게 한국의 이니셔티브는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아프리카 투자와 원조 규모 측면에서 아직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단순히 원조 규모로 경쟁하지 않고 한국이 보유한 발전 경험의 지식과 가치로 아프리카 경제발전과 정치개혁에 기여할 이슈 영역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와 미국과 달리, 한국은 빈곤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었으며, 한국전쟁과 일제 강점기를 거쳤고, 빠른 속도로 한강의 기적과 6월 항쟁을 통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성취한 경험이 있다. 다시 말해,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를 연결하는 커넥터(connector)로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설정하는 것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핵심 모토가 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이 아프리카에 접근하는 전략적 수단이 커넥터로서의 한국이라는 프레임으로 여과되어야 한다.
2023년 한국 정부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하여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쳤지만, 그 성과는 예상보다 훨씬 더 미비한 수준에 그쳤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목적, 그리고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가 철저한 검토와 사전 협의가 진행되어야만 아프리카 정상들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관계를 총괄하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대사’ 또는 ‘아프리카 대사’와 같은 직명대사 정책이 도입될 필요가 있으며, 아프리카 및 글로벌 사우스 전체를 아우르는 한국의 외교대전략이 빠른 시일 내에 도입되는 전략적 행보가 2024년에는 절실히 필요하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신 관련 자료
· 김태균 (2020). “아프리카 지역의 평화-개발 연계와 평화조건의 성공요인: 나미비아와 모잠비크 사례 비교연구.”『국제·지역연구』29(2).
· Chukwuma, Ifeanyi U. (2022). “The Role of ICT in Curtailing Electoral Fraud and Violence in Nigeria: A Study of the 2019 General Election in Lagos State.” Africa Development 47(2).
· Herbst, Jeffrey (2000). States and Power in Africa: Comparative Lessons in Authority and Control.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저자 소개
김태균(oxonian07@snu.ac.kr)
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및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장, 글로벌사회공헌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