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일정
○ 일시: 2023년 10월 5일(목), 12:00-13:30(KST)
○ 장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국제회의실(303호)
○ 강연자: 박영수 교수(서울대학교 인문의학교실)
○ 주제: 에티오피아에서 상상된 동아시아의 근대성과 시간성
행사 리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센터장 김태균)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박영수 교수를 초청하여 2023년 10월 아프리카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영수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MD)하고, “조선족 이주노동자의 질병경험을 둘러싼 문화적 갈등양상”을 주제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석사과정(MA)을 마쳤으며, 에티오피아에서 현지조사를 수행하여 모자보건 사업을 둘러싼 전통 문화, 역사적 기억, 정치경제적 소외, 민족적 갈등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연구로 스탠포드대학 인류학 박사학위(PhD)를 수여받았다.
10월 아프리카 세미나의 주제는 “에티오피아에서 상상된 동아시아의 근대성과 시간성”으로 근대 에티오피아의 세 정권과 동아시아 사이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1974년까지 이어진 에티오피아 왕정은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근대화 모델로 하여 급속한 서구화를 추진하였으나, 이로 인해 수도와 지방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 간 불균형과 전통 문화에 대한 지속적 폄하가 촉발되었다. 따라서 근대화 시기 에티오피아의 다양한 민족들은 민족적 정체성을 숨기고 강제개종, 개명, 모국어 말살 등을 통해 암하라화되었다. 이 시기 SIDA의 지원으로 에티오피아 아르시 지역에서는 대규모 농업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나, 50%가 넘는 사람들이 도시빈민, 유랑민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토지 소유의 불평등은 지속되고 가속화되었다. 박영수 교수는 이를 실패한 국제개발 프로젝트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1973년부터 1991년까지 이어진 사회주의 정권 시기, 에티오피아는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을 모델로 삼아 협동, 계몽, 노동을 통한 국가발전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집단이주를 실시했는데, 이로써 농촌 인구의 40%인 1,400만 명 중 10%가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집단이주와 함께 시행된 강제 마을화는 오로모의 전통 생활방식을 파괴하였고, 밀림 지역이 반사막화되는 등 생태적 환경을 뒤바꿔 놓았다. 이는 정부 주도의 폭력적 근대화의 경험으로 시민들로 하여금 정부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주의 정권 이후 199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민족 연방주의 체제는 한국의 개발국가를 경제개발의 모델로 한다. 박영수 교수는 이 시기 시행된 개발 프로젝트 중 가족계획사업에 방점을 찍고, 어떠한 국가의 정치 및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국제개발사업을 진행했을 때 초래되는 결과에 관하여 설명했다. 가족계획진료차량은 지속적인 관리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까지 국가가 침투하여 양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무의미한 개발 프로젝트의 하나의 예시였다. 박영수 교수는 에티오피아 보건소의 사진을 보여주며, 공중보건 및 의료 영역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것으로 평가받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정치적 아젠다에 동원되기도 함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근대성이 에티오피아에서 상상되는 모습이 서구의 근대성이 비서구에 강제로 이식되는 보편적 근대화의 패턴을 깨는 비서구가 다른 비서구를 모델로 삼는 독특한 관계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행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