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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나며, 트럼프발 외교가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전통적 동맹이나 규범 중심에서 벗어나, '거래 중심'과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외교적 계산에 들어갔다. 아프리카 대륙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아프리카 외교 전략은 거래주의에 기반해 개별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정책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주체적 파트너로서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내외적 정책은 아프리카 대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여전히 국제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개발처(USAID) 폐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아프리카 19개국에 대한 여행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도 유럽·아프리카사령부로 역할과 지위가 축소·통합되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간 외교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아공은 2024년 말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또 남아공 국내 토지소유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토지수용법을 발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남아공을 정치적 적대국으로 간주하고, 주미 남아공 대사를 추방하는 등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남아공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불참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관심을 모았다. 과연 남아공이 평화를 위한 모든 이해 당사자 간 중재를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여부 때문이었다. 한편, 지난 4월 레바논 출신 미국 사업가이자 트럼프의 딸 티파니의 시아버지인 마사드 불로스가 아프리카 담당 미국 수석고문으로 임명되면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임명 직후 마사드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르완다, 케냐, 우간다를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민주콩고 동부지역의 평화 문제를 민간 부분의 투자와 연결해 촉진할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행보는 전 세계 희토류의 70%를 보유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거래를 통해, 자원 안보를 기반으로 한 평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앙골라와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옮기기 위해 철도 협력을 진행 중이며, 소말리아와는 해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아프리카 외교 정책은 각각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선별적으로 거래에 입각한 외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아프리카 국가는 적지 않은 전략적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응도 크게 네 가지로 나뉠 것이라 생각된다. ▲ 거래와 협상에 기반한 적극협상 ▲ 미국 정책에 맞불을 놓는 강경대응 ▲ 강경조치와 협력을 병행하는 양면전략 ▲ (소)다자기구를 활용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보는 집합적 대응 등으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직접적인 협상이 가능한 국가(DR콩고, 앙골라, 케냐, 나이지리아 등)는 보유 자원의 전략성을 내세워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국가들(남아공 등)은 러시아나 중국 등 대안 세력과 연계해 강온 대응의 양면적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대적으로 전략적 외교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은 아프리카연합(AU)을 통한 집합적 대응을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원조·평화·개발 협력 등 전통적 담론이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라 생각된다. 2024년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었다. 핵심광물 대화 출범, K-라이스벨트 추진,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 체결 등 구체적 성과를 도출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이러한 성과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아프리카를 하나의 단일한 대륙이 아닌, 국가별 이해와 전략이 다른 복합적 공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각 개별국가의 주체적 전략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수동적인 원조 수혜국이 아닌, 아프리카 지역 내외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동반자로 전환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전략은 아프리카 지역을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이 보여야 할 외교는 국제관계 속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더 이상 주변부의 수동적 외교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파트너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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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화 박사 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창립멤버), 신한대 겸임 교수, 영국 런던대(SOAS) 정치학 박사, 연세대·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 및 강사 역임. 주요 연구 분야는 아시아-아프리카의 국가 간 외교 관계, 아프리카 개발협력, 아프리카 선거, 분쟁, 이주 난민 등. |